마케팅은 이번 분기의 숫자를 만든다. 브랜딩은 다음 분기에도 그 숫자가 만들어질 확률을 만든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시간 축이 다른 활동이다.
쌓인다는 말의 뜻
쌓인다는 것은 반복이 아니라 누적이다. 같은 말을 열 번 하는 것과, 열 번의 서로 다른 상황에서 같은 판단을 하는 것은 다르다. 고객이 기억하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판단의 일관성이다.
그래서 브랜딩의 성과는 캠페인 단위로 측정되지 않는다. 이번 캠페인이 잘 되었는가가 아니라, 이번 캠페인이 지난 캠페인과 같은 기준 위에 서 있는가로 측정해야 한다. 전자는 마케팅의 질문이고 후자는 브랜딩의 질문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이 구분이 언제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로 선택지가 정해진 시장, 품질 차이를 소비자가 감지할 수 없는 범용재, 최저가로 낙찰이 결정되는 조달 구매에서는 브랜딩이 판매에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이런 시장에서 브랜딩을 강조하는 것은 조언이 아니라 낭비다.
우리가 이 구분을 꺼내는 이유는 마케팅을 낮춰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두 활동은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다를 뿐인데, 같은 분기에 같은 지표로 채점하기 때문에 늘 브랜딩이 먼저 잘린다. 시간 축이 다른 것을 같은 자로 재지 말자는 것이 이 글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