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가 빠르게 늘면서, 같은 상황에서 매장마다 다른 판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본부는 그것을 품질 문제가 아니라 언어 문제로 보았다. 무엇이 옳은지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옳음을 설명할 공통의 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브랜드다움을 어디에 둘 것인가
선택지는 셋이었다. 교육을 강화해 감각을 이식하거나, 판단의 근거를 문서로 표준화하거나, 핵심 점포만 직영으로 통제하는 것. 세 번째는 속도를 포기하는 안이었고, 첫 번째는 사람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안이었다.
이 회사가 세운 기준은 단순했다. 사람이 바뀌어도 남는 것만 브랜드다. 담당자가 교체되었을 때 사라지는 기준이라면 그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취향이라는 것이다.
매뉴얼에 무엇을 하라고 적으면 그 일만 하게 된다. 왜 그렇게 하는지를 적으면 적히지 않은 상황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온다.
지시가 아니라 근거를 적는다
그래서 이 회사의 매뉴얼에는 “진열대는 3단으로 한다”가 아니라 “고객이 손을 뻗지 않고 집을 수 있는 높이를 지킨다”가 적혔다. 앞의 문장은 3단이 불가능한 매장에서 무력해지지만, 뒤의 문장은 그런 매장에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이 차이가 현장에서 만든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매뉴얼이 두꺼워지자 오히려 본부에 오는 문의가 줄었다. 답을 찾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답을 만들 기준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정된 규범이 아니라 갱신되는 기록
다만 이 회사는 매뉴얼을 완성물로 두지 않았다. 현장에서 올라온 제안을 문서에 반영하는 절차를 함께 설계했고, 반영된 제안에는 제안자의 이름을 남겼다. 매뉴얼이 본부의 문서가 아니라 현장의 문서가 되는 지점이 여기였다.
우리가 이 회사를 찾아간 것은 매뉴얼이 두꺼워서가 아니었다. 매뉴얼을 고치는 절차를 매뉴얼 안에 적어 둔 회사가 드물기 때문이었다. 브랜드다움을 문서로 옮기는 일의 성패는 무엇을 적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