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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 지면p.8–9

나는 왜 소비하는가

www.온라인의류쇼핑몰.com사진제공 스타일난다 www.stylenanda.com

구매 결정은 아주 갑자기 이루어지곤 한다. 불황이라고 해서, 쇼핑 예산이 줄었다고 해서 예외는 없다. 얼마 전 커피를 주문하려고 차례를 기

다리며 일상다반사인 이야기를 지루하게 이어나가려던 직후였다. 바로 앞에 선 사람이 주문을 마치고 뒤로 돌아서는 찰나에 그 사람이 입고

있던 회색 더블 버튼 롱자켓이 눈에 들어 왔다. 이후 입으로는 동료와 대화를 이어나갔지만, 눈과 머리는 베이지색 실크 포켓스퀘어가 단정히

꽂혀 어우러진 자켓을 주의깊게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그 자켓을 곧 구매할 것 같다는 사실(이 된 의지)을 너무나 자명한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깨달았다. 그 자켓에 어울릴만한 하의가 없다는 것이, 포켓스퀘어를 접을 줄 모른다는 것이, 오히려 키가 작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마

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것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은 피할 수가 없었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오던 바로 ‘그것’을 찾은 듯 했다.

그 자켓이 명품 브랜드의 최근 컬렉션에서 선보인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순간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도 느꼈다. 그렇지만 포기가 되기는커

녕 도무지 그 자켓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토로하던 중 지인에 의해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하는 소위 ‘명품st’라

고 불리는 보세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이 구성되는 온라인 쇼핑몰 리스트를 입수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마침

내 그 스타일의 자켓을 발견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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