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33 브랜드 경험
VOL.33 · 지면p.235–247

지구당

“시간 되면 거기서 밥이나 한 번 같이 먹자.”

언젠가 동생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였다. 무심코 흘린 많은 말이 그렇듯 그때 준수는 ‘거

기’가 어딘지 굳이 묻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는 이 이상야릇한 식당의 이름을 검색하는데

꽤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세 글자라는 것, ‘당’으로 끝나는 한자(漢字)라는 것, 그리고 아

주 작은 식당이라는 것 정도의 정보만으로 검색의 망망대해를 헤매고 있을 때, 그제야 문

득 두 명 이상의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동생의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걸로 충

분했다. 아까부터 준수의 자조 섞인 푸념을 듣고 있던 조 주임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 식

당의 이름을 바로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구당.

그게 그 식당의 이름이었다.

번잡한 서울대입구역을 겨우 빠져나와 낯선 골목을 한참 올랐을 때, 그는 애초의 우려와

달리 생각보다 쉽게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가파른 언덕의 초입, 부동산의 노란색 네온

간판이 골목을 돌아 끝나는 그곳에 식당은 마치 건물의 숨겨진 뒷문처럼 자리하고 있었

다. 90년대 일일 드라마에서 흔히 보곤 했던, 주인집에 세 들어 사는 가난한 신혼부부를

위해 급조한 문처럼, 금방이라도 옹색한 옷차림의 새댁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그

문을 밀고 나올 법한 그곳이 식당의 입구였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다. 나무문을 가린 소

박한 군청색 차양에 흰색으로, 그것도 한자로 쓰인 ‘지구당’이라는 흰 글씨는 늦은 저녁,

가게를 찾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 식당을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길게 늘어선 행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부터는 멤버십입니다

원문 전체와 원본 지면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멤버십 보기 →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