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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 · 지면p.217–235

리턴 투 뉴욕

그 날은 특별한 날이기도, 또 그렇지 않은 날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K는 무언가를 기념하는 특별한 날들에 무심해졌다. 발렌타인데이나 화

이트데이 따위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으며, 크리스마스나 석가탄신일은 돈으로 환전할

수 없는 보너스 정도로 여겼다. 모두가 종소리를 세거나 한 번쯤 시계를 들여다봄 직

한 새해의 첫날엔 이미 잠들어 있었고, 대학 합격 통보를 받던 그 날도 심드렁한 얼굴

로 TV를 보고 있었다. 그 날이 매해 반복되는, 예를 들어 생일과 같이 자신만을 위한

날이면 더욱 그랬는데, 심지어는 매해 돌아오는 생일조차도 어느 해부터는 그냥 넘어

가는 일이 적지 않았다. 보다 못한 K의 엄마가 불같이 화를 내며 서운해하던 어느 해

의 소란이 없었다면 단둘 뿐인 가족끼리도 케이크를 자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학교나 회사에서의 단체 생일 파티 같은 경우에도 가능하면 그녀는 멀

리 떨어져 있곤 했다.

그녀는 무채색의 옷을 즐겨 입었다.

그날처럼 화사한 봄날도 마찬가지였다. 회색 원피스에 흰색 가디건, 그리고 가볍고 평

범한 플랫 슈즈를 신었다. 좋게 보자면 클래식하고, 굳이 한마디 거들자면 무심하고

심심하고 조금은 게으른 스타일이었다. 그녀가 유행 지난 폴더폰을 지금껏 쓰고 있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에게 세상은 흰색이거나 검은색, 혹은 회색이었다. 무

엇보다 빨리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으며 쓸데없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

었다. 그녀가 요 몇 년째 웹사이트 제작사에서 코딩 일을 하는 것도 우연만은 아닐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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