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TUE)10:20
보낸사람: 아버지 강승원
메일을 보내고 너에게 답신이 오기까지 3주일이 지났다. 혹시 나의 직설적인 메일로 인해 많
은 고민과 갈등으로 방황하는 줄 알고 은근히 걱정을 많이 했다. 너에게 메일을 보내고 난 후,
내가 쓴 메일을 네 엄마에게 보여주었더니 역시 나의 말투에 대해 한마디 하더구나. 다행히도
동업한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메일을 늦게 보았다는 너의 이야기를 듣고 안심이 되었다. 그런
데⋯ 단순한 여행은 아니었겠지? 브랜드 런칭을 실수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갔
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어쩌면 나의 편지가 너에게 큰 자극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겠구나.
내가 너를 너무 모르거나 아니면 내가 나를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내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너 또한 공감하고 그것을 진행해 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무척 고무적이다. 여하튼 우리가 아빠와 아들이 아닌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여전히 내가 섭섭한 것은, 너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
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와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것 같다. 너는 친구들과 시장조사를 하기 위
해 일본에 다녀왔다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것은 여행이다.
시장조사는 샘플로 쓸만한 신제품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시장조사’라는 말대로, 그야말로
‘시장조사’를 하면 안 된다. 시장에서 네가 보는 물건들은 새롭고 특이하게 보이겠지. 너는 그
저 네가 만들 브랜드와 가장 유사한 제품을 찾고 있는 것뿐이란다. 시장조사를 통해서 너는
무엇을 조사하려고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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