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MON)11:45
보낸사람 : 아버지 강승원
너의 메일을 받고 첫 문장만 쓰는데 이틀이 걸렸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을 노트에 모두 적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은지 몰라
답장을 보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단다. 아침을 먹고 잠시 산책을 하고 돌아온 후 책상에
앉아 네가 보낸 메일을 천천히 다시 보았다. 이 세 줄의 문장을 쓰는 데도 두 시간은 족히 걸
린 것 같구나. 벌써 점심 시간이 다 되어 가는 걸 보니.
그래, 너도 알다시피 내 성격상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나
는 너의 메일에서 브랜드 런칭을 하는데 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느냐는 다소 원망 섞인
마음이 글귀에 묻어 있는 것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알고 있는 유통 관계자들에게
소위 힘 좀 써서 네가 만든 상품을 백화점 등에 입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 않았냐는 거
지?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네가 실패할 것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내가 너를 말리거나
혹은 실패하지 않도록 조언해 주지 않았느냐는 마음도 메일 속에 섞여 있더구나. 메일에 담
긴 수많은 이야기에서 네가 진짜 나에게 말하고 싶은 그 내용에 대해 내가 과연, 나의 진심
을 말할 수 있을까를 한참 동안 걱정했다.
이제야 말하는데 그 당시 네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을 때마다 나는 즉각 답
장을 썼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읽어 본 후에 결국 보내지 않았지. 보내지 않은 이유는, 그때
는 나의 조언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너는 어떤 조언이나 의견에 상관없이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하고 달려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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