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MON)07:33
보낸사람 : 아버지 강승원
세희야. 네가 보낸 장문의 메일을 엄마와 같이 보았다. 그리고 나도 너에게 장문의 메일을
쓴 후 엄마에게 보여 주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너와 나의 통역관이 되어 버렸지. 사실
너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보다는 나를 더 닮았기에 나와 통하는 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
했다. 그런데 이제는 너와 대화하기가 조금 어려워졌구나. 그때가 언제였지? 너 혹시 기억
나니? 내가 소파 위에 누워서 책을 볼 때면 항상 너는 내 배 위에 누워서는 무슨 뜻인지 이
해도 못하면서 내가 읽는 책을 함께 읽었어. 아마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너는 내 배 위로 올라오지 않았지.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아빠와 딸
이 아니라 아주 묘한 관계로 재배치되었다. 아마 너는 기억이 안 날 수도 있을 거야. 그런데
아빠는 이렇게 기억하잖아. 이것이 관계란다.
네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아빠는 막 40대에 접어들었고, 왕성하게 일하고 있던 시절이기에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겨우 만날 수 있었어. 출장이 있거나 숨가쁘게 프로젝트가 돌아가
는 달은 한 달에 한 번조차 보기 힘들었어. 그런데 세희야, 사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때가
바로 그 시절이다. 너의 어린 시절에 아빠로서 너와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자, 아빠가 이런 연막(?)부터 치고 얘기하는 이유를 대충 눈치챘겠지? 너는 나의 영혼에, 엄
마의 외모와 식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나와 너의 엄마는 너도 알다시피 모든 것이 정반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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