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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 지면p.206–207

거대 담론보다는 나와 일상, 주변의 디테일한 이야기에 열광하고 있다.

중국 한漢나라 때 변방 흉노족의 움직임을 관찰·기록하는 일을 맡은 관리가 있었다. 다행히 당시 일대는

평화로웠고, 일을 맡은 관리는 ‘이상 없음’이라는 기록을 매일 일지에 남겼다. 죽는 날까지도 흉노족의 침

입은 한 차례도 없었고, 그는 마지막 날까지 ‘이상 없음’이란 기록만을 남긴 채 생을 마감했다. 같은 일을

그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 맡았는데, 200여 년이 넘도록 일대에서 흉노족의 침입이라곤 단 한 번도 없었

다. 자손들도 결국 5, 6대에 거쳐 매일 ‘이상 없음’이란 기록만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이 이야기는 중국 둔

황지역 유적지에서 발견된 고대 목간의 자료를 토대로 밝힌 역사적 사실이다.

그 관리들이 매일 ‘이상 없음’이란 기록만 남기지 않고, 그날 일어난 특별한 일이나 관심사, 아니면 하다

못해 날씨나 소소한 일상이나 물가, 아니면 취미생활이라도 적어 두었으면 그 자료는 얼마나 긴요한 가치

를 갖게 되었을까. 그러나 그들 입장에선 공적인 일지에 사사로운 기록을 남기는 건 업무 규정에 어긋나

는 일이었을 것. 그들은 성실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그들에게 흉노족의 침입과 관련 없는 정보는 모

두 쓰레기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자료는 그렇게 ‘이상 없음’이라는 한마디만으로 가득 채워진 채, 훗날

의 삶에 거의 아무런 바람도 일으키지 못하고 고요히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고 있다.

그 동안의 기록이 이처럼 상대적으로 큰 사건, 큰 인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요즘 우리는 어떤가.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는 개인의 소소한 일상과 사적인 이야기들이 속속 기록으로 남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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