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는 패션, 잡화 그리고 작은 홍보대행사를 가지고 있는 중대형급 기업이다. 이 회사
에 오기 전에는 한국 20대 대기업의 전략기획팀에서 나름 인정받고 똘똘하게 일을 하는 시장조사 팀원이
었다. 대기업의 특성상 ‘전략과 기획’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회장의 그늘 아래에서 열심히 충성 성분 파악
과 세뇌 교육을 받는 혈기왕성한 친위대들이었다. 그곳은 신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인큐베이팅 시스템
으로서 임원들이 성공을 통해서 별을 다는 능력과 태도의 훈련장이었다. 우리 팀에서 가장 뛰어난 상관
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한민형 차장이다. 그의 이름 앞에서는 항상 최’자가 달려 있었다. 최고 승진, 최고
대우, 최다 런칭, 최초 기획 등. 나에게 우상이었던 한민형 차장은 IMF 때 갑자기 구조조정 본부로 들어
갔다. 그리고 거기서 일종의 사람들을 정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 일을 싫어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성
공적으로 처리했다. 너무나 깔끔하고 숙련되게 사람을 내보냈다. 그리고 한 차장도 모든 일을 마치고 사
표를 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누군가는 해야했던 일이었기에 회사를 위해 자원해서 그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친구 몇 명과 함께 회사를 만들었다.
신규 브랜드를 기획하던 우리 부서는 통째로 날라갔다. 나는 다른 회사에 취직을 했고, 어느 날 헤드
헌터를 통해서 한민형 차장이 세운 기업을 소개를 받았다. 나는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직을 하게 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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