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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2 · 지면p.15–23

브랜드와 부(富)랜드

한승희는 일곱 살에 고아가 되었다.

한승희의 아버지 한상욱은 6.25 때 함경도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남쪽으

로 피난 왔다. 그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 육군 장교가 되어 월남

전에 참전했는데, 그곳에서 한국계 간호장교 엘리스 유와 사랑에 빠져 결

혼했다. 아기를 가진 엘리스 유는 한상욱과 서울로 돌아와 한승희를 낳

고 한상욱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하노이에 주둔하고 있

던 본부에서 미국 보병 7017 의무대 공격으로 긴급 인력 보충을 요청, 복

귀 명령을 내렸다. 엘리스 유는 100일도 안 된 한승희를 할머니 손에 남

겨두고 베트남으로 돌아가던 중 베트콩의 급습을 받아 정글에서 실종되

었다. 한상욱은 그녀를 찾기 위해 미군 수색대에 자원해서 투입되었지만,

작전 수행 중 저격병의 총을 맞고 사망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한승희는 할머니 손에서 자라게 되었다. 하지만 할머니마저

도 한승희가 일곱 살 되던 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혼자 남은 한승

비하

인드

스토

희는 결국 한마음포도원으로 보내졌다. 한승희는 어렸지만 병에 걸린 할

머니를 도우면서 살았기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유달리 깊었다.

손재주도 좋아 초등학생 때 고아원에서 버려지고 찢긴 옷을 짜깁기해서 옷

을 만들기도 했다. 한마음포도원의 구미란 원장은 이런 한승희를 좀 더 가

르치고 싶었다. 그래서 고향 친구이자 한마음포도원의 후원자인 모라비

그룹의 박부길 회장에게 한승희를 소개했다. 박부길 회장은 한승희를 양

녀로 삼았다. 입양 다음 해, 박부길 회장은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인 지경

원 실장과 재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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