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철과 유진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시온과 승희는 한마음포도원의
옥상 서재에 남아 계속 책을 읽었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밤 공기가 제법
시원했다. 창문 너머 밤하늘을 바라보는 한승희에게 시온이 말을 걸었다.
“엄마. 그런데 새이름을 지으면서 갑자기 제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궁금해
졌어요.”
“시온이라는 이름?” 한승희가 손에 들고 있던 트렌드 리포트를 내려놓았다.
“네. 왠지 많은 비밀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클래비스(Clavis)라고 이름 지었잖
아요. 시작은 콘클라베(Conclave)라는 단어였어요.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
라는 뜻인데, 라틴어로 Cum(함께)과 Clavis(열쇠)가 합쳐진 말이래요. 그런데
Clavis는 피아노 건반의 어원이기도 한데, 건반은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졌잖아
요. 순간 제 이름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새이름을 만드는데, 엄마도 이렇
게 아빠랑 이름을 찾았을 것 같았어요.”
클래
비스
시멘
트C
lavis
Ceme
nt
“그래, 뱃속에 있는 네 이름을 지을 때가 가장 행복했었지.”
“엄마, 아빠가 바랐던 뭔가가 제 이름에 숨어 있을 것 같아요.” 승희가 침묵하다
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기도문이었어.”
“그런데 왜 말씀을 안 해주셨어요?”
“아마 그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그래, 그런 것 같아. 엄마, 아빠
가 네 이름처럼 살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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