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조화이다.
몰스킨 마니아였던 반고흐, 피카소 그리고 헤밍웨이가 살았던 그 시대에 스타벅스가 있었다면, 아마
이들도 손바닥 만한 몰스킨을 들고 스타벅스로 들어와서는 구석 소파에 앉아 이른 아침부터 하루종
일 아이디어 스케치를 했을 것이다. 이 두 개의 브랜드가 만나는 곳에서 커피는 낭만이 되고, 낙서는
추억이 되어서 불후의 ‘몰스킨 카페라떼moleskine Caffe Latte’가 된다.
특히 스타벅스와 함께 하는 몰스킨의 맛은 여행과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그 깊이가 더해진다. 여행
지라는 낯선 곳에서 만나는 스타벅스는 그야말로 끝없는 미지의 허공 속에서 유영하다가 머무는 우
주 정거장 같다. 거기서 몰스킨을 꺼내어 여행지의 기억, 돌아가면 잊어버릴 내가 만든 이곳의 약도
(지도가 아니다)를 그려본다. 스타벅스 특유의 카페라떼 한 잔과 더불어 메모와 함께 만들어진 그 기
억은 마치 연어의 귀소본능처럼 내 몸 어딘가에 깊숙이 박히게 된다. 서울로 돌아와 도시빌딩에 박
힌 스타벅스에서 여행지에서 앉았던 비슷한 의자에 기대어 몰스킨의 메모를 보면, 한 달 전에 머물
렀던 그 낯선 곳으로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스타벅스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 주는 일종
의 시간 여행 장소로서, 기억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다시 환원시켜 주기 때문이다.
8,850m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한 베이스 캠프에서 마시는 커피 맛은 어떨까? 눈보라를 피해서 간
신히 베이스 캠프에 도착해서 장비를 풀고, 만년설 얼음을 녹여 만든 커피 맛은 아마 이제 살았다
는 안도감과 함께 느끼는 환상의 맛일 것이다.
원문 전체와 원본 지면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멤버십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