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마케터 1년 차 때 만났던 몰스킨은 무색, 무미, 무취. 이런 느낌이었다. 개성도 없고, 튀지도 않고, 유행도 받아들이지 않
고 차별화도 없는 이런 것(?)은 상품에 불과했다. 2000년, 브랜드 매니저로서 다시 만나게 된 몰스킨을 보면서 어딘가 금딱지 같
은 로고를 박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완성되었기에 혈통도 좋은데 왜 이렇게 운영하는가
에 대해서 다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2008년 1월, 밀라노 두오모 옆에 있는 르네상떼 백화점에서 다시 만났다.
최고의 명인들과 부자들은 주먹만한 로고가 박힌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브랜드이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돈
만 주면 살 수 있는 그런 브랜드를 자신의 몸에 붙여가면서 광고를 해 줄 이유가 없기에 그들은 로고가 없는 것을 선호한다. 왕과
귀족에게 바쳤던 대부분의 최고 호사품들은 수제품으로서 브랜드 로고가 없다. 고객의 문장이나 이름을 새겨주는 것 외에 어디
감히(?) 자신의 이름을 상품에 박을 수 있겠는가? 몰스킨은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보여 주지 않는 호사품 수첩이다.
몰스킨은 반 고흐를 비롯해서 수많은 명인들의 손에서 길들여졌다. 그래서 명인과 명작에 잘 어울린다. 몰스킨은 자신을 드러내
지 않고, 사용자들의 품격과 인격을 침묵과 고요함으로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이다. 마케팅에 입문하고 무려 15년이 지나서
야 몰스킨의 위력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몰스킨의 다양함이 아쉽다. 그 종류만해도 내가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수십 가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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