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에 쓰는 것은 기록이고, 몰스킨에 쓰는 것은 기억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다이어리는 다이어리의 원래 뜻인 ‘일기장’과는 거리가 멀다. 일명 <시스템 다이어리>라는 개념으로 시간을 ‘관리’하
기 위해서 만든 스케줄 표이다. 월별, 주별, 일별 그리고 중요한 일과 급한 일들에 대해서 시간을 ‘분리수거’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
침형 인간들이 좋아하는 다이어리는 자신들의 연대기이기에 모든 시간을 모두 기록하는 것에 의미와 가치를 두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다이어리를 모아서 뭐할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보았다. 이사 갈 때마다 모셔왔던 다이어리. 물론 ‘시간관리’
면에서 다이어리는 탁월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모아서 무엇을 할까에 대한 답을 하지 못했기에 수첩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내가 다
이어리에 쓴 것은 솔직히 열심히 적느라 다시 보지 못한다. 그저 숙련된 메모 능력으로 빡빡하게 채워야 완성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
만족의 강박관념에 눌려 있었던 것이다. 빈칸에 일정과 할 일을 쑤셔 넣지 않으면 무엇인가 잘못되거나 도태하는 인간처럼 느껴졌다.
‘전자 수첩에 적는 것은 입력이고, 몰스킨에 쓰는 것은 출력이다.’
다이어리를 쓰다가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나는 입력의 하드코어라는 PDA와 미니 컴퓨터로 옮겨갔다. 각종 프로그램을 돌리
고 오피스를 사용해 가면서 메모와 시간들을 모으고 편집하고 저장해 두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전원을 켜야만 작동되는 것이기에 ‘찰
나’에는 약했다. 약한 정도가 아니라, 대응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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