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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 지면p.5

아는 사람은 열광하고, 모르는 사람은 무시하는

수첩이었다. 무지 수첩, 정확히 말하면 검정 무지 수첩이었다. 그 이름마저 잘 보이지 않아서 45도로 약간 비틀어서 보아야만 했다.

Moleskine 몰⋯몰레⋯스킨, 몰레스킨? 무얼 몰레 발러? 생산지를 찾아 보려고 수첩 전체를 꼼꼼히 살펴 보았지만, 출생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사장님께서 이탈리아 출장을 마치고 선물을 사오셨다기에 최소 프라다 아울렛 상품 정도를 기대했는

데⋯.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은 프라다 컬러(검정색)의 그냥 수첩이었다.

나는 PDA와 다이어리를 동시에 사용하는 일종의 시간관리형 인간이다. 첨단 시스템과 최신 디지털 알고리즘으로 중무장한 나에게 이

런 검정 무지 수첩은 일종의 ‘낙서장’과 같은 것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이런 영어 암기장 같이 생긴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었는

데⋯. 특히, 수첩에 잠금 시스템(?)처럼 있는 고무줄은 더 확 깨게 만들었다. 어쨌든 선물이니까 가방에 집어 넣고 회사 후배가 마련해

준 마지막(?) 소개팅을 나갔다. 24번 째 소개팅에서 드디어 최고의 파트너를 만났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너무나 떨렸다. 아동복 디자이

너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아이처럼 깜찍하고 귀여웠다. 떨려서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으니, 완전히 나의 이상형이었던 것이

다. 겨우 인사를 하고 마음을 추스리고 있을 때, 갑자기 가방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놀라서 가방을 뒤지면서 핸드폰을 찾았다.

“어, 몰스킨이네요!” 가방에 울리는 핸드폰을 찾다가 가방에서 꺼낸 ‘검정색 무지 수첩’을 보고 그녀는 살짝 놀란듯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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