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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7 · 지면p.72–87

영적인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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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생명

최우일 실장이 ㈜바젤컴에 들어오기 전 김민섭 회장 다음으로 실세였던 사람은

다름 아닌 박항규 부사장이었다. 바젤컴의 재무 책임을 맡고 있는 박항규 부사장

은 돌아가신 김민섭 회장의 후배로, 이 회사에서 30년 동안 일한 사람이다. 자칭

김민섭 회장의 최측근이라 믿던 그였으나 최우일 실장의 출현으로 인해 그의 입지

가 좁아졌다. 재무적 관점이라는 이름 아래 조직 전체를 장악해 온 박항규 부사

장에게는 창의성과 혁신을 위해 실패도 성공이라고 주장하는 최우일 실장이 항상

눈에 거슬렸다. 특히 문플라워와 유니타스 핑거는 김민섭 회장과 최우일 실장에

의해 전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박항규 부사장으로서는 그저 런칭 자금만 조달

할 뿐이지 이 두 브랜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김민섭 회장이 죽고 아들 김준영 사장이 등장하면서 박항규 부사장은 다시 자

신의 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가 다시 힘을 갖게 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문플라

워와 유니타스 핑거의 재무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김준영 사장의 지인 소개

로 알게 된 기업 전략 컨설팅 회사인 A2를 통해 그는 빠른 속도로 그간 궁금해 마

지않던 두 브랜드의 모든 정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박항규 부사장은 사실 한미선 실장이 전색맹이라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녀가 전색맹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연봉 계약을 할 때였다. 그녀가 박항규

부사장이 건네준 4색 볼펜에서 초록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을 보고 박항규 부사

장은 검정색으로 다시 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빨간색으로 사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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