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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 · 지면p.142

브랜드 성지순례聖地巡禮

성지순례는 본래 그야말로 종교적인 목적으로 신앙을 스스로 고

취시키기 위해 역사적인 주요 사건이 일어난 지역이나 성자가 태

어난 지역을 도는 여행을 뜻한다.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활동한 이

스라엘 지역을 여행하거나 로마 초기 교회들을 돌아보는 순례가

있고 이슬람교에서는 일생에 한 번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출생지인

메카를 도는 순례를 종교적 의식으로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의 성지순례는 좀 더 현실적인 적용이

가능하다.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 시장조사를 할 때 특정 카테고리

의 유명 브랜드들의 현주소를 알기 위해 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을 골라 루트를 짜고 기념비적인 브랜드 성지를 순례하듯 돌아

보는 것이다. 내가 몇몇 브랜드를 추앙하는 일종의 종교인이 되었

다고 가정하고 어떤 브랜드의 계시를 받아 여행을 시작했으며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 지역을 돌아다닌다고 생각해 보면 런칭 전

브랜드 성지순례도 종교적인 성지순례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성

지순례의 효과도 더욱 극적이다. ‘시장조사 나온 마케터’의 시각에

서 보는 시장과 ‘의미 있는 성지들을 돌아보는 순례자’의 시각에서

보는 시장은 분명히 보는 것부터 달라진다. 마케터는 제품과 소비

자를 보지만 순례자는 성지의 정신적 가치와 감동, 그리고 자신과

같이 이런 감정을 공유하는 다른 순례자들을 만나게 된다. 마케터

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순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

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는 진정한 의미에서

시장조사가 아니라 성지순례를 통해 잉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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