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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 · 지면p.348–349

Leadership

노년의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앞에 섰다.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지만 지휘자는 지휘봉을 들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두 팔을 감싸 안은 채로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지휘자는 연주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다정하

게 바라본다.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눈을 찡긋 하기도 하고 트럼펫

연주자와 눈을 맞춘 뒤 싱긋 미소를 짓는다. 가장 크게 움직인 지

휘법이라면 첼로 연주자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 준 정도다. 이렇

게 지휘를 해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오케스트라의 누구도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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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 하거나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지휘자가 아무런 지휘를 하지

않아도 음악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게 청중을 압도했다.

이런 지휘를 선보인 사람은 작고하기 전까지 세계적인 지휘자로

명성이 높았던 레너드 번스타인이다. 결코 지휘자가 모자라거나

부족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스라엘의

유명 지휘자이자 경영 리더십 강연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이

타이 탈감Itay Talgam은 번스타인의 이러한 지휘법이 리더들이 궁극

적으로 추구해야 할 리더십과 닮아 있다고 지적한다. 즉 리더십의

최고점은 리더가 직원들의 행위에 대해 약간의 반응을 보여 주는

정도로 직원들과 충분히 교감하고 결국 리더가 아무 것도 하지 않

고서도 합주가 완전해질 수 있는 ‘Doing without doing아무런 지휘

를 하지 않으면서 지휘하는’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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