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0 * ; 0 = , ) 9 ( 5 +
1년 동안 아무 문제 없었던 동거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때, 처음에는 그냥 잡생각이라고
생각하면서 웃어 넘겼다. 왜냐하면, 불가항력적인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절대로 먼저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맹세했기 때문이다. 최소 2년 동안 ‘합리적인 이성으로 똑똑하게 살자.’라는 스스로 한 약속에 대한 진정성을 지
키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흔들렸던 것은 그녀의 조용한 속삭임 때문이었다. “한번 켜줄 수 있어요?” 나
는 비닐에 밀봉된 프라다 PRADA 핸드폰을 한참 만지작 거리다가 판매 사원에게 건내 주면서 말했다. 판매 사원은
프라다 핸드폰으로 인해서 흥분된 나의 동공 확대를 훔쳐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오른쪽 전원 버튼을 깊게
눌러 보였다. 핸드폰이 켜지면서 들려오는 이 울음 소리(싸앙앙~~~앙), 수많은 선원을 노래로 꼬셔(?) 바다로
끌고 내려갔던 싸이렌 여신의 노래와 같았다. 이미 주문을 많이 받아 놓은 핸드폰이라 판매 사원은 구차하게 이
것저것 설명하지 않았다. 아주 간단한 멘트로 나의 마음을 흔들어 버렸다.
“물량이 없어서 지금 주문 안하면 두달 뒤에나 받을 수 있습니다(나중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거짓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플라스틱 커버로 애지중지 감쌌던 기존의 핸드폰을 쳐다 보았다. 핸드폰의 이름은 모델
번호 DFGH-4657G(가명), 촌스러운 이름 때문에 나도 촌스러워졌다. 이름도 아니고 모델명이다. 언제 어디서
그리고 몇 번째로 태어났다는 일종의 바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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