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나라, 달아나라, 블루투스의 계곡으로부터 달아나라.
거대한 빛에 반대되는 모든 것이 기억을 잃으리니.
“이제 정신이 들어요?”
K는 밝게 빛나는 등을 의식하며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기분은 어때요?”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살짝 눈가에 잡힌 주름이 멋스러워 보이는 중년의 의사였다. K는 고개
를 끄덕였다.
“교통사고가 있었어요. 다른 부위도 그렇지만 뇌를 많이 다쳤더군요. 지난 사흘간 응급실에서
애를 써준 덕분에⋯ 아 참 그러고 보니 그 주인공이 여기 있군요. 닥터 장? 이 분이 당신의 생명
을 구한 겁니다.”
의사는 살짝 몸을 틀어 닥터 장이라 불리는 약간 앳되어 보이는 의사를 소개했다. K는 눈빛으
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의사는 닥터 장의 가벼운 답례를 확인한 후 다시 K를 바라보았다.
“일단 큰 위기는 넘겼습니다. 사고 규모로 봐선 거의 기적이라고밖엔 달리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군요. 하지만 당분간은 절대로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아셨죠?”
K가 고개를 끄덕이자 의사는 안심한 듯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 봅시다. 지난 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게 있어요?”
K는 짧게 고개를 저었다. 의사의 입가에 안심어린 주름이 살짝 잡혔다 사라졌다. 그리고 고개
를 돌려 닥터 장이라 부르던 이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혈압, 맥박 체크하고 계속 환자 상황 주시하세요. 경찰엔 내 허락이 있을 때까진 절대 안 된다
고 말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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