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가 아닌, 디자이너들이 오히려 디자인이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의외인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말하는 디자인이란, 미적인 것이 아니라 톰 피터스가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시스템’에 가깝다. 시스템을 아름
답게 한다는 것은 기업이 처한 문제를 가장 아름답게(최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Problem Solving’은 무엇보다 디자이너가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임무이다.
“언젠가 1,800세대가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를 총 디렉팅 해달라는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저희는 어떤 컨셉의 아파트가 좋을까 고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두 가지의 문제를 발견했는데 하나는 요즘 사람 사는 동네에는 그들만의 ‘히스토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희가 어릴 때는 동네에 그곳만의 분위기와 히스토리가 있었거든요. 요즘 아이들에게 “어디 사느냐”고 물어보면 “저 욕쟁이 할머니네 가게 뒷
집”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00동 00아파트”라고 말합니다. 또 한가지는 요즘 들어 더욱 흉흉한 일들이 많이 생기고, 미래는 불확실해서
불안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이 두 가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날로그적 감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
니다. 그래서 ‘책’을 컨셉으로 한 아파트를 생각해낸 것입니다. 아파트 단지는 ‘북시티’가 되고, 저희는 1,800개의 거실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
라 1,800개의 도서관을 디자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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